마태 19:3-12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받아들여라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예수님께 여러 질문을 합니다. '무엇이든지 이유만 있으면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되는지', '모세는 왜 이혼장을 써 주고 아내를 버려라고 명령하였는지' 등이 그 질문입니다. 이들이 이렇게 질문한 것은 예수님을 시험하려는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런 불순한 의도의 질문에도 '남편과 아내는 둘이 아니라 한 몸이므로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고 하여 남편이 아내를 버리면 안된다고 대답하시고, 모세의 명령에 대해서는 '너희의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에 아내를 버리는 것을 허락하였다'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을 듣던 제자들이 예수님께 '아내에 대한 남편의 처지가 그러하다면 혼인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예수님은 '모든 사람이 이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허락된 이들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시면서 갑자기 '고자'얘기를 하십니다. 복음 묵상 중 뜬금없는 '고자'라는 단어가 걸려서 오늘도 영어 복음서를 찾아봅니다. 해당 부분의 영어 표현은 이렇습니다.
'Some are incapable of marriage because they were born so;
some, because they were made so by others;
some, because they have renounced marriage
for the sake of the Kingdom of heaven.'
'incapable of marriage'는 결혼이 불가능한 사람을 말하고, '고자'는 국어사전 상 '생식 기관이 불완전한 남자'를 뜻하므로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종족번식을 최우선의 가치로 본다면 완전히 틀린 번역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의 'some, because they have renounced marriage for the sake of the Kingdom of heaven'은 '고자'라고 번역하는 건 완전한 오역으로 보입니다. 'renounce'는 '포기하다'라는 뜻인데, 이를 직역하면 '하늘나라 때문에 결혼을 포기한 사람도 있다'입니다. 앞의 '결혼이 불가능한 사람'은 생식 기능(외 다른 문제도 있겠지만) 등의 문제로 할 수 없는 사람을 뜻하지만 후자의 사람은 결혼을 할 수 있지만 스스로 포기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고자'라는 표현은 '남자'를 전제하고 있는데, 영문성경에서는 'some'이라고 표현하므로 남자뿐 아니라 여자도 해당 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자'라는 단어 때문에 다른 묵상이 쉽지 않았지만 오늘 성경 구절 중 가장 와닿는 구절은 복음 환호송인 것 같습니다.
'하느님 말씀을 사람의 말로 받아들이지 말고 사실 그대로 하느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여라.'(1테살 2,13)
'사람의 말'은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의심하고 시험하지만 '하느님의 말씀'은 그것이 진리임을 전제로 이를 어떻게 우리 삶에 받아들일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기에 오늘 복음에서 바리사이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사람의 말'로 이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진리로 받아들이고 깊이 묵상하는 하루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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