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 15:21-28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예수님의 태도에 짐짓 놀라게 됩니다. 예수님의 자비를 청하는 한 여인에게 처음에는 한마디도 대답하지 않으시다가 제자들이 이야기하니 '나는 오직 이스라엘 집안의 길 잃은 양들에게 파견되었을 뿐이다'라고 말씀하시면서 거절하십니다. 그리고 그 여자가 예수님께 엎드려 절하며 '주님, 저를 도와주십시오'라고 말하는데도,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좋지 않다.'라고 세 번이나 거절을 하십니다.
그냥 막연히 생각하기에는 예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이고, 우리가 청하는 것을 한없이 너그럽게 들어주실 것 같은데 오늘 예수님의 태도를 보면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합니다. 만약 우리가 예수님께 어떤 것을 청하였는데 예수님이 이런 반응을 보이시면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저는 굉장히 당혹스러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거절의 상처와 함께 다른 사람도 아닌 예수님이 그렇게 반응하신 것에 대해 화가 날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혼자 씩씩거리다가 예수님에 대한 불신이 쌓여 예수님과 멀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오늘 복음에서의 그 여인은 다르게 행동합니다. 자신을 '강아지'에게 비유하며 거절하신 예수님께 '주님, 그렇습니다. 그러나 강아지들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라고 하며 다시 한번 예수님께 간청합니다. 그러자 예수님은 '아, 여인아!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 네가 바라는 대로 될 것이다'라며 여인의 청을 들어주십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서 어제 복음이 떠올랐습니다. 예수님을 알아본 사람들이 병든 이들을 데리고 와서 예수님의 옷자락 술에 손이라도 대게 해주십사고 청하였고, 손을 댄 사람마다 구원받았다(마태 14:35-36)고 마태오복음은 전합니다.
오늘 복음의 여인의 말과 행동이 어쩌면 군중들이 예수님의 옷자락 술에 손이라도 대려고 하는 노력의 구체적인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어찌보면 예수님이 오늘 여인에게 모질게 보일 정도로 차갑게 대하는 것은 그 사람의 간절함을 보기 위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정말 간절하다면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우리를 진정 구원해주실 수 있는 분은 예수님밖에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이 여인과 같이 옷자락을 붙잡고 계속 청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정말 간절한 무엇인가가 있으십니까? 그러면 예수님이 들어주실 때까지 청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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