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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나비곰 이야기

군대 이야기(1) : 첫 번째 나비

by 복곰(a.k.a. 나비곰) 2022.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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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비가 된 건 2004년 어느 날 군대에서였다.

 


 

 

처음 나비가 된 건 2004년 어느 날 군대에서였다. 1년정도 복무를 하고 남은 복무기간이 1년 남은, 앞도 보이지 않는 캄캄한 군인이 어느 날 우연히 나비가 되었다.

잠깐 그 시절로 되돌아가보자. 군 복무 지역은 강원도 홍천. 일반 보병으로 1년 간의 군생활을 하던 중 소대장님이 정보장교로 발령이 나면서 나를 정보병으로 데려갔다. 대대에서 거의 유일한 인 서울 대학생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나쁠 것 없는 조건이었다. 엄청나게 꼬인 군번이라 상병을 달 때까지 분대 막내였다. 분대막내는 청소시간에 할 일이 차고 넘친다. 침상 닦기,, 걸레 빨기, 빨래대 수거 등등.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분대장의 침구류를 정리했다. 지금은 이런 거 시키면 영창갑니다

보통 2-3개월 길면 5-6개월 하는 분대 막내를 1년 동안하고 있었고, 심지어 상병을 달고도 해야 할 상황이었기에 나는 거기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도망치듯 정보병으로 오라는 전 소대장님의 콜에 응했다.

 

 

그리고 여자친구와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지금이야 일반병사들도 개인 핸드폰을 소지하고 일과 외 시간에 자유롭게 쓸 수 있다지만 그때는 공중전화하러 가기도 쉽지 않았다. 이등병은 원래 자유롭지 못하다고 하더라도 일병 정도 되면 전화 정도는 하러 갈 짬이 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분대 막대라는 특수한 신분이었기에 하루 종일 불려다니고 뛰어다녀야 했다. 선임들에게 전달해야 할 소식이 있으면 어디 짱박혀 있는지 모르는 선임들을 찾아 돌아다니고 행정실에서 급한 전달사항이 있으면 내무반에서 쉬고 있다가도 누구보다 빨리 달려가야했다. 그래서 전화를 하다가도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마음이 불편할 수 밖에 없었고, 재수없는 날에는 고약한 선임들에게 갈굼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여자친구와 통화할 기회도 적었고, 당시 여자친구는 또 나의 전화만 목 빠져라 기다리는 순정파도 아니었고 애교가 많은 편도 아니었기에 어렵게 통화를 하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대화를 하기는 쉽지 않았다. 나는 정말 어려운 상황에서 힘들게 짬을 내서 전화를 했는데 성의없는(?) 통화를 하게 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우울하고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여자 친구와의 관계도 소원해졌고, 마음이 힘들어 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보병에서 정보병으로 보직변경을 하고 나서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제목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베스트셀러로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기억하는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누구나 칭찬을 좋아한다.
2. 같은 표현이라도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으로 해야 한다.
3. 내가 다른 이에게 불만을 갖고 불평을 하기보다 나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상대방을 진심으로 대하면 상대방도 나를 긍정적으로 대한다.

(실제 내용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 책을 읽고 나는 그때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내가 군생활이 힘들다고 생각하고 여자친구와의 관계를 힘들게 느끼는 것은 나의 태도가 문제였을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뭔가 심오한 진리를 깨달은 양 엔돌핀이 솟았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으며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에너지가 느껴지기도 했다.

 

바로 내가 나비가 된 것이다.

 

(다음 포스팅에 계속)


 

※ 심리학이나 정신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없는 개인의 경험을 바탕에 둔 에세이입니다.

※ 마음에 감기가 걸리신 분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것은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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