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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복음묵상

복음묵상 :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22.06.13)

by 복곰(a.k.a. 나비곰) 2022.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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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오 5:38-42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상한 말씀을 하십니다. '악인에게 맞서지 마라'. 왜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우리가 생각하는 예수님은 정의와 진리를 사랑하시고 악을 처단하는 그런 분입니다. 그래서 이런 말씀을 왜 하시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러면 악인들의 악행을 보고도 못 본척하고 나에게 악행을 저지르면 그냥 참고 견디라는 말씀일까요?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말씀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느 측면에서는 이해가 가기도 합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성경에서 예언한 메시아이시고, 이제 하느님 나라를 세우기 위해 오셨기에 당시 로마 제국을 무너뜨리고 전지전능함을 보여주시리라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잡혀가시고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기 전까지 일말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의 기대와 달리 예수님이 너무나 무력하게 형벌을 받으시고 돌아가시자 혼비백산하여 도망가고 숨어버립니다. 자신이 믿었던 예수님이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하지만 예수님은 로마군을 물리치기 위해 오신 것이 아니라 죽음을 이기시고 인류의 원죄를 사해주러 오신 것입니다. 제자들의 생각과 예수님의 의도가 전혀 달랐기에 제자들은 예수님이 부활하시고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이끌어 주시고 성령을 보내시기 전까지 예수님께 속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오늘의 말씀으로 돌아가 보면 예수님은 악인에게 맞서리 마라고 하시면서 '누가 네 오른뺨을 치거든 다른 뺨마저 돌려 대어라'고 하시고, '달라는 자에게 주고 꾸려는 자를 물리 치지 마라'고도 하십니다. 언뜻 보기에 악을 저지르는 사람에게 굴복하고 비굴해 보이는 모습일 수도 있지만 예수님이 하시는 말씀이 그런 굴복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히려 그런 악을 저지르는 사람에 대해 대항하고 싸워 이기고 벌을 주고 하는 것은 우리가 아닌 하느님께 맡기고 우리는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전하는 일에 힘쓰라는 의미에 더 가까울 것입니다. 

아마도 예수님은 세상의 모든 악을 처단하고 뿌리 뽑는 것보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우리의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실천적인 사랑이 더 중요함을 말씀하시고자 한 것으로 저는 이해합니다. 그럼 악인은 어떻게 할까요? 악인의 악행에 대한 벌은 사회의 시스템에 의해 받을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죽기 마련이고 죽으면 모든 사람은 하느님의 심판대에 오릅니다. 거기서는 아무도 거짓을 고할 수 없고 자신의 죄를 감출 수도 없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회개할 수도 없으니 지옥에 떨어질 사람은 지옥으로 갈 것이고, 천국으로 갈 사람은 천국으로 갈 것입니다. 

악인에 대한 처단을 살아 생전에 할 수 없을 수도 있음에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공정하고 정의로우신 하느님의 심판을 믿고 맡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온 세상은 저마다 자신의 정의로 자신이 규정한 악을 처단하기 위해 혼란해지겠지요. 누가 악이고 누가 선인지도 모른 채 힘 센 사람이 정의가 될 것입니다. 그런 것은 분명히 예수님이 바라는 바가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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